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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근 Jae Lee

우리는 그렇게 역사가 된다

비석마을…, 부산 아미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1909년 이래 일본인 공동묘지로 사용되다 해방 후 방치되었던 이 죽음의 땅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몰려든 400만의 피난민들 일부에게 살아갈 거처가 된다. 평평하고 반듯한 일본인들의 묘지, 집을 세우기에 수월했던 그 땅에 우리의 피난민들이 살 곳을 마련하며 누군가는 죽어 누운 곳에 누군가는 살기 위해 누울 곳을 마련한 곳… 아미동은 그렇게 역사란 누군가의 죽음 위에 세워지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삶의 현장이 되어진다.


지난달 18일, 추수감사주일을 맞은 한국 기독교 선교 100주년 기념 교회는 1대 담임 목회자의 퇴임을 맞이했다. 설교가로서 교계와 신앙 공동체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이재철 목사는 13년 4개월의 목회 사역을 마치며 별다른 은퇴식 없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라는 짧은 말로 그 마지막을 갈음 했고, 예배 후 곧장 교회를 떠나 아내와 함께 낙향하는 단호함을 보이며 하나의 귀감이 됐다. 한편, 그는 백주년기념교회에서의 마지막 설교를 전하며 그 교회가 간직한 사명을 다시금 천명하는데, 그것은 '묘지기와 길닦이'라는 것이다.

양화진…, 대한 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 연세대학 설립자 호레이스 언더우드, 이화여대 설립에 공헌한 헨리 아펜젤러 등 구한말 한국에 많은 공헌을 한 외국인 인사 500여 명이 묻혀있는 땅, 이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혹은 서울 외국인 묘지공원을 유지 보수 관리하는 일을 맡은 기독교 백주년기념교회는 말 그대로 '묘지기'이다. 동시에 그 땅에 뉘인 이들이 추구한 영원을 향한 가치를 오늘 우리네 삶과 믿음의 길에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기에 그 교회는 또한 '길닦이'라는 그 퇴임 목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앞서 말한 죽음의 땅들, 비석마을과 양화진은 말한다. 앞서간 이들의 죽음의 의미가 승리와 영광이든, 고난과 아픔이든, 슬픔과 치욕이든, 오늘의 나와 직접 상관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온통 우리 이전에 땅에 누운 이들의 이야기를 딛고 살아간다고 말이다. 역사는 단지 사실의 기록과 그 전승이 아니다. 역사의 가치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이전 사람들이 지녔던 생각과 감정, 그 마음을 오늘 우리와 나누게 하는 데 있다. 우리와 똑같은 혈과 육, 지정의를 지닌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희열과 분노, 절망과 소망의 이야기들로 엮어진 인간사회의 흥망과 변천의 과정은 결국 사람들의 개인적 혹은 그 사회의 공동체적 죽음으로 귀결되어 역사로 남겨지는 것이다.

또 한해의 끝자락…, 올해 우리는 역시나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도해왔고, 그 삶의 끝자락 이야기의 수많은 결들을 느끼고 기억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자. 다가올 나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은 과연 어떤 이야기 결로 남겨질 것인지, 어떤 역사로, 어떤 기록으로 다음 세대에 전해지게 될는지…앞서 살아간 이들의 마지막이 그러했듯이 우리 역시 오직 말없이 누운채 냉엄한 판단과 심판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절대자의 저울 위에서 동시에 우리 이후를 사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그렇게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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