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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근 Jae Lee

오늘의 날씨, 오늘의 기도…


뉴잉글랜드 끝자락 보스톤에선 가을녘이면 유독 신경써서 보게되던 오늘의 날씨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기예보이지만 시월에도 찾아오는 폭설과 바람의 소식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물론 오늘의 일기를 확인하는 일은 캘리포니아에서도 마찬가지 일듯 싶다. 거의 매일 비슷한 맑은 날에 굳이 일기예보가 필요한가 싶은 의문이 들면서도 매일 아침 나는 오늘의 날씨에 잠시동안 눈과 마음을 둔다. 처음 만난 이들과 대화를 열기에도 좋은 날씨이야기는 그렇게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살피는 매일의 작은 예식으로 우리 삶에 한 모퉁이가 되어진다.

21세기를 살아도 하늘의 표정과 기운을 살피는 오늘의 우리처럼, 기원후 1세기를 살았던 믿음의 사람들도 하늘을 살피며 하루를 열었다. 물론 예전 그들의 하늘 살핌은 오늘의 날씨가 아니라 오늘의 기도 였다는데 큰 차이가 있긴하다. 그 차이를 한걸음 더 들어가 살피면, 우선, 하늘의 표정보다 그 하늘을 열어두신 이의 마음을 살폈다는 것이다. 파테르 헤몬 호 엔 우라노이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로 시작된 주의 기도는 매일 새롭게 펼쳐 진 하루의 시작점에서 창조자께 고백해야 할 찬미와 요청해야 할 간 구가 무엇인지 복기하는 영적 절차였다.

두번째는 주의기도가 단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위한 기도였다는 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주의 기도문엔 '우리'라는 말이 여섯차례 나 언급된다. 오늘의 기도로 매일 드려진 주의 기도는 언제나 공동체 의 기도였고, 제자가 되기위해 기도를 배운 이들 역시 공동체의 연대 (Solidarity)로서 기도를 훈련했다. 그렇기에 일용할 양식을 위한 간 구는 그 하루치 양식조차 없어 굶주리는 이들을 위한 간구였고, 죄의 용서를 위한 기도는 혹여 다툼과 분쟁중에 있는 형제 자매들간의 우 선적 화해를 구함이었으며, 악에서 건짐받기를 바람은 세상에 판치 는 악의 구조와 실체를 인정하며 싸워 이기게 해달라는 갈망이었다.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교역규모 11위권 경제대국, 5천년 민족사에 처음으로 전쟁없이 잘 먹고 잘 살아온 지난 30여년… 자랑스러워야 할 우리네 모습이지만, 압축성장과 성취라는 그 화려함 이면엔 깨어 지고 상처나고 아파하는 이웃들의 상흔이 더욱 깊어가는듯 싶다. 13 년째 이어온 자살률 1위, OECD 국가 기준 끝자락에 위치한 아이들 의 행복지수, 세계적 노동시간과 치솟는 노인 빈곤율… 몇해전 "우리 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며 사회적 청부살인의 위험을 알렸던 한 칼 럼니스트의 글이 떠올려지는 요즘, 이러한 공동체속에서 교회의 기 도란 과연 무엇인지를 1세기 그리스도 공동체가 간직한 오늘의 기도 (주의 기도)를 통해 되새겨본다.

평화와 민족 번영을 위해 두정상이 올랐다는 천지의 그 맑음이 반가웠던 지난 달, 나 역시 스무해전 올랐던 천지의 추억을 떠올려 좋았지 만, 무엇보다 그 천지의 맑고 푸름 처럼 그렇게 '우리'들이 읊조리는 오늘의 기도가 우리의 공동체, 우리네 사람들의 삶에 맑음과 희망을 가져다줄 놀라운 영적 매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오늘도 또다시 오늘의 날씨와 함께 오늘의 기도를 읊조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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